새벽에 간만에 바뀐 잠자리 탓인지, 악몽을 꾸다 일어났다.
티브이를 틀었는데 시간대에 걸맞게 야한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중국에로영화같았다. 제목이 뭐드라. 단추도 안 끼는 여자인가...
여튼, 영화의 마지막인 것 같은데,
무슨 보트를 실은 차가 시내를 굴러가고 있었다.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사실 자동항법장치가 안 되어 있어. 이건 그냥 굴러가는 거야"라는 말을 건넨다.
(나는 그 와중에 '이게 무슨 코메디인가,.ㄷㄷㄷ, 이게 말이나 되나,
니네는 지금 도심한복판을 달리고 있잖아!! 그동안 어떻게 운전되었다는건데!!하면서 어이없어 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 여주가 이렇게 말을 건네는 거였다.
"상관없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
그 장면을 보는 순간,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이 인생 와중 어떤 찰나에도 그런 말을 들어보지못한 것에 대한 자괴감과 회한,
내 삶 와중에 저런 말을 건네줄 사람에 대한 기대, 황홀감으로 빙긋 웃었다. 그 새벽에,.
안 그럴 것 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나도 그런 판타지를 기대하고 산다.
사실 판타지인지 모르겠다.
주변의 부정적인 언사들이 좀 무리된 모양새라,
이게 과장된 현실인지, 아니면 올곧은 현실의 모습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내 주변의 사람들이 그런 판타지에 대해서 소중하게 생각하고 가꾸어내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그게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알겠다.
나에게도 눈으로 보이지않고, 또 손으로 잡을 수 없더라도 소중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그걸 함께 소중하게 가꾸어갈 누군가겠지.
여기까지 생각하다 거울로 괜히 처첩궁을 바라봤다.
애꿎게 눈매를 들여다보며 원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