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7. 21:00
일상의 대화
어제 좀 지쳤는지, 신림9동에 있는 사실 자체가 못견뎌졌다.
시간이 늦었지만, 친구들한테 전화하고, 차타고 홍대로 나갔다.
거기서 놀고 있는데,
무언가 결핍된 에너지를 그 곳에서 채우려고, 신나게 팔딱팔딱 거리고 있는데,
이런 걸 굳이, 꼭 채워야만 하는건가 란 생각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었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살면서 우리는 무언가 결핍된 에너지를 느끼고, 그를 채우기 위해 살아가는데,
그 "채움"의 과정이 나를 보다 평온하게 하는 건지, 혹은 완전하게 하는 건지,
아님 행복하게 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다.
뭐, 어제는 뭐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만,
(정말, 정말, 간만에 나가본 홍대는 나쁘지않았다.
춤은 잘 추지는 못한다만,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데 들어간 클럽도 꽤 나쁘지않았고,
1시 이후 열려있는 오붓한 몇몇 술집 및 찻집들은 너무 맘에 들어서,
내년에 독립하면 이리로 들어올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결핍되어있는 걸 못 채워서, 그러고 있는 내가 왠지 모르게 안쓰러웟다.
더구나, 이런다고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뭘 그리도 팔딱거렸는지...
내가 원하는 건,
그저 내가 손을 내밀었을 때, 아무말없이 잡아줄 수 있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함께할 수 있는 공간,
뭐 그런 것들이 아닐까....
이런 생각 앞에,
"이런 건 해줘야돼."
"이건 사야 돼, 이건 필요한 거야." 등등
이런 관념들이 그저 의미없이 느껴져간다.
그래, 전문직을 준비하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닉하며 실제 삶과는 거리가 먼 순간적인 감성의 방출로 느껴질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이것은 커리어적인 측면에서 보다 내 자리를 공고히 하고픈 "생존"에 관한 이야기이며,
기왕이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을 일이 무엇인가를 스무살적부터 곰곰히 생각해오고,
그로 인해 결정을 내린 인생의 "계획"같은 이야기일 뿐이지,..
이런 것이 행복해지기 위한 충분조건 중의 하나는 될 수 있어도, 필요조건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말이 길어진다. 공부하러 가야하는데...
여하튼, 삶에서 중요한 것이란 "지금은 공부다"가 아니라,
지금 말한 그런 삶의 자세,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삶에서 그렇게 뿜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 동안 연습이 되지않아,
관념상 쉽게 쉽게 뿜어져나올 수 없는 거라면, 계속 연습해서 그렇게 만드는 것.
경제적상황이라던가, 심리적상황이 나아지게 되면,
지금의 결핍된 마음이 채워지게 되겠지만, 다른 결핍된 마음이 또 다시 자라날런 지도 모르지만,
그 때에도 이 마음만큼은 -무엇이 소중하며 중요한지를 잊지않는- 한결같이 지켜내는 것,
보다 견고하며 단단한, 그리고 묵직한 인생의 가치관을 삶에서 뿜어내는 것,
그런게 중요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