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11시쯤에 버스를 타고 이수역에서 있었던 일이다.
5528번 버스가 이윽고 이수역에 들어서고, 난 내리려고 차문에 서 있는데,
누군가가 내 왼팔을 툭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힐끗 쳐다본 내 옆에는 왠 미모의 아가씨가!
그것도, 아래로 내려다봄이 아닌,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을 만큼의 키를 가진 여성이 있던 것이었다.
역시나, "이쁘다"하는 생각으로 옆모습을 주욱 보다가,
차 뒷문이 열리고 내리는 순간,
"이쁜가? 정면을 봐야지"라는 생각이 푼수처럼 들면서,ㅋㅎ
내리고나서 웃기게도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아, 순간 내 외모가 사회친화적이 아님을 원망했다.
그녀는 버스를 내리고 정면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보고 흠칫 놀라더니,
(내 생각에 옆모습 바라볼 때부터 나를 인식하고 있던 것 같다.) 살짝 머뭇거리고는,
"미안합니다." 그러는 것이 아닌가!
아, 난 내 팔을 지나가면서 툭 쳤다고 해서, 그렇게 쳐다본 게 아닌데,
나 그렇게 속좁고, 위험하며, 괜히 신경 돋우는 사람이 아닌데,
더 웃긴 건, 내 다음 행동이다.
"(웃으면서) 아니에요.^ ^"도 아니고,
"(자세하게) 그것때문이 아니에요. 그냥 선생님이 맘에 들어서,.. - 이건 또 뭐라니...-여튼, 이것도 아니고,.
어색함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으아악!!!!
그냥 당황해서, 그런 대답이 나오는게 좀 벙쪄서,
정면을 바라보고 싶었을 뿐인데, 그녀가 눈치챈 게 창피해서,
그냥 부끄러운 생각에 나온 반응같은데,
많고 많은 피드백 중 "그래, 그래야지"라는 인식을 주는 행동을 보일 건 뭐람.
이로써, 나는 지나가면서 툭 쳤을 뿐인데, 사과 안했다간 버스에서 내려서까지 시시비비를 가릴
야간의 버스통행 시 피해야할 험악한 인상의 남성으로 규정되어,
사과를 받고서는 "그래, 니가 사과를 해야지, 끄덕끄덕"하는 행태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집에 들어가서,
"엄마, 나 오늘 버스타고 오다가 죽을뻔했어. 어떤 아저씨 팔을 지나가다가 툭 쳤는데 당장 토막살인할 듯이 쳐다보드라. 사과 안 했다면, 난 지금쯤 이수역 버스정류장 앞이 내 살아생전 마지막 디뎌본 지면이 되었을런지도 몰라. 흐흐흑." 이러거나,
"아, 재수없어, 지나가다가 옆에 툭 친 것가지고 되게 신경질적이네. 아, 그럴 수도 있지. 왜 저런대? 아, 짜증나"
백방 이랬을 것 같다.
그게 아닌데, 그냥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인지라 관심이 생겨 그런 것뿐인데,....
하긴 그것도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거다. 그저 실례인거지. 아, 푼수같이...고개는 왜....
여튼 더 웃고 다녀야되겠다. 그래야, 이런 오해를 안 받지.
끝으로 그 분이 그런 오해를 피하실 순 없으시겠지만,
그저 괘념치않으셨으면 좋겠다.
혹시 어제일로 인해, "5528번은 이제 죽어도 안타! 또 만나면 어떡해?" 이러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