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1. 16:53
일상의 대화
어제 오후 10시쯤 찾아간 맥도날드는
비가 와 축축 습기가 널어졌음에도 에어컨 하나 안 틀어주고,
기한이 오늘까지인 커피 쿠폰 굳이 써먹겠다고 들어와 앉은 좌석에는
프렌치후라이 튀김의 잔재들과 아이스크림 껍데기만 잔뜩 놓여있고,
전화로 안부를 걱정해주는 건 유부녀인 친구뿐이고,
"최고의사랑 공효진 머릴 했는데, 잘 안 나왔다"란 이야기에
내가 할말이라곤, "맞다 내가 진짜 공포스런 이야기 해줄까?
며칠 전에 머릴 자르러 갔는데, 진짜 충격적인 미용사를 만났다.
키도 크고 예쁜데, 자기 머릴 벅벅 긁고 내 머릴 만지더라." 뭐 이런 이야기 뿐이고,
누군가와 통화하고싶은 마음에 간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받자마자 왠일이냐 이런 이야기도 하지않고,
따발총의 속도로 '나 여자친구 데려다주고 있어'로 연락한 사람 무안주고,
옆에 앉아있는 커플들 중 남자는
'부모님이 안 대준다고 하던데, 아들인데 집 하나 안 해주시겠어?' 뭐 이런 이야기나 하고 있고,
노량진다운 스터디와 티타임이 뒤섞인 만남이 혼재한 테이블을 향해 귀와 눈을 닫아버리고,
그래프 한번 뽑는데 약 3분 넘게 걸리는 고진샤노트북과 나홀로 대치사태를 벌이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연노랑 반바지에 노랑과 회색이 뒤섞인 운동화를 신은
모 학생의 무릎 부분부터 묘하게 휜 다리에 감명받아
크로키 형식으로 그려낸다고 그려냈는데, 발목이 없네?
묘하게 휜 다리의 매력도 전혀 드러나지않아 실망하다가,
그려놓고 보니, 왠지 범죄행위를 한 것같아 뜨끔한 마음에,
종이를 한데 구겨 컵 속에 집어넣고,
때 마침 출력된 그래프 한번 보고 작업확인 후 짐챙겨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