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4. 00:30
일상의 대화
가을 즈음에 완공될 반포아파트로 이사 가기 전에
짐정리한다고 사당집에서는 이사준비가 (혹은 잡동사니를 버리는 준비)가 한창이다.
몸서리쳐지는 벽장 정리 후 안입고 보관만 하던 옷들이 나왔는데,
예전에 익숙한 옷이 눈에 띄였다.
위에 보이는 블랙 '레자가죽'의 블루종이 바로 그것인데,
이제는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약간 변색되어 빈티지한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 이걸 입었던 게 아마 고등학교 때였을 꺼다.
우리 어머니는 터미널 지하상가에서 쇼핑을 할 때마다 싸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다면,
충동적으로 구매를 하셨는데, 그 와중의 결산물이 아닌가싶다.
왜 그렇게 기억하냐면, 어머니가 한번에 같은 옷 2벌을 사셨걸랑.
(그 정도로 무리할 정도로 이 제품이 흙 속의 진주라고 생각하셨다는 뜻이다.)
어머니는 여지없이.
'니가 몰라서 그렇지 이거 비싼 거다.'
'네가 멋을 몰라서 그런다. 이게 얼마나 멋진 건데'라고 하시며 날 유혹하셨지만,
어린 눈에도 '레자'와 '가죽'의 질 차이는 명확한 지라 넘어가지않고 몇번 안입었다.
몇번 안되던 그 때도 이걸 입으면서
'이건 너무 수사반장이다.'
'교복에 이걸 입을 순 없다. 학교의 공업선생도 이렇게 안 입고 다니겠다.'란 생각에 식은땀을 흘렸지만,
지금와서 보니까, 뭐 그냥 저냥 입을만하다란 생각이 든다.
....에이 역시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
저 강인한 어깨뽕,
확 오그라들지도 못하는 얍실한 질감 (차라리 막 오그라드는 느낌이었으면 좋았을텐데...)
내 덩치에 뭘 걸친다한들 '수사반장'이지.
(근데, 뭐 이젠 저런 거 입고 다녀도 안 부끄러울 나이가 되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