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4. 15:54
일상의 대화
2003년 이후로 처음이라고 그랬다.
앞으로 자주 하셔야죠 하셔서.
예 이젠 자주 하려구요 라고 말씀드렸다.
그럼, 헌혈가능한 2개월마다 문자로 알려드릴까요? 하셔서,
네 그렇게 대답했다.
피를 뽑으며 "AB형도 수요가 딸리나요?" 여쭈어보니,
"네, 항시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경우가 몇번있어요"라고 대답하셨다.
피는 인간 몸이 아니면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인데,
그 동안, 이런저런 핑계대며,
길거리에서 붙잡으시는 어머니들의 손길을 뿌리쳤던 게 괜시리 죄송스럽게 느껴졌다.
기념품을 고르라고 어떤 용지를 주시는데,
왠지 의사가 흐려지는 것 같아 더 조심스럽게 골라졌다.
영화예매권 생각했는데, 괜히 "피를 판다"는 느낌이 있어서, 가장 관심이 덜 했던 우산으로 일부러 골랐다.
그러한 사은품보다도,
어젯밤 모자란 수면으로 머리가 다소 헤롱헤롱하며 피곤이 갑작스레 밀려오는 와중에도,
무언가를, 내 몸에서 나온 어떤 것을 그 누군가와 함께 나누었다는 만족감이 더 날 가득 차게 한다.
헌혈 한번했다고 으시대기나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정말 행복하다.
* 영상은 Bon Iver의"Blood bank".
원곡은 이 곡이랑 느낌이 좀 다른데,
커버한 윗 친구가 자신의 느낌을 너무 잘 살려서 올려놓는다.
시크하게 레이 포테토칩 샤워 오니온을 먹는 끝장면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괜시리 입맛을 다시게 되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