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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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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6. 20. 01:53 일상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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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주회, 그 중 정기연주회를 하면 할 수록 느끼는 것입니다만,
항상 무언가를 배워가는 느낌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무대울렁증은 많이 줄어들어가는데,
도대체 귀가 열리지 않더군요.

도무지, 내 목소리의 세기가 알맞은 것인지,
혹은 너무 소리를 만들어 지르는 것은 아닌지,
알 수가 없어 더욱 더 골똘히 내 목소리를 주의깊게 살피게 됩니다.
주의깊은 관찰은 결국, 발성에 있어 소심한 자세로 일관하게 되며,
마지막 신뢰의 한계선상인 악보마저,
의심을 하게 됩니다.

이런 심리상태에서, 제가 의존하게 될 상대는 지휘자입니다.

정말이지 연습할 때는, 워낙 악보 익히는 데에 정신이 없어 지휘자님의 손동작에
잘 집중하지 못하게 됩니다. (제 연습  중 항상 많은 지적을 당하는 면입니다.)
아, 제가 왜 그랬을까요?
정말이지, 진작에 그 분의 모션을 통해 노래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
이번 연주와 같이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텐데요.

사실, 이번 연주회에서 제 모습은 제가 봐도 많이 아쉬었습니다.
음계에 있어서, 틀리게 기억된 화음만 부지기수.
아예 자신이 없었던 부분은 지르지도 못하고,
마냥 다른 구성원이 이걸 메꾸어 주겠지 메꾸어 주겠지하면서,
안이한 자세로 이게 최선이다라는 마음으로 대한 것 같아
연주회가 끝나고 나선,
같은 중창단 식구들에게 꽤나 미안한 감정이 들었답니다.

하지만, 비록 후반대였지만,
지휘자님의 지휘동작에 집중하는 순간,
(사실 지휘자님의 얼굴을 보는 순간이라 해야겠군요.
전 아직 지휘동작을 읽고 박자감각을 확인하기엔 능력이 부족해서요)
문득, 연습 시간에 흘러갔던 각종 음의 동선들이 떠오르더군요

순간, 지휘자와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지 몸소 깨달았답니다.
긴장으로 묻혀 있던 많은 제 기억 속의 멜로디 라인이 단지,
익숙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도화선이 되어 국수 기계에서 국수 나오듯이
쑥쑥 나오는 경험, 이번 연주에서 제가 얻은 가장 큰 노하우입니다.

사실, 전 이번 연주에서 그다지 제 몫을 하였다고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이제야 겨우 소리가 베이스틱하게 되려고 하는 와중이었는데,
도무지, 3명의 베이스음을 아우를 목소리가 아니었는지,
왠지 그들의 음과 유별나게 튀어버리는 느낌이었거든요. 무척 인공적인 듯한.그런,
하지만, 제 존재 하나만으로도, 비록 이질적인 목소리일지라도,
지휘자님의 지휘동작을 통해 제가 안정을 찾았듯이
그들과 함께 하여 앗숨의 목소리가 화음이 되도록 하는 데에 있어 한 몫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번 정기연주회에서 제가 얻은 최고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곳의 활동도 시작한지 근  3년이 되어 갑니다.
그 동안, 전 사실 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잔뜩 쌓여만 갔었습니다.
사실, 앞으로도 저는 확답을 못 해드리겠습니다.
이제까지 해온 것처럼, 계속 활동을 할 수 있는 지의 여부를.
하지만, 앗숨이라는 이 단체 안에서 저는 한없는 친근함을 느끼고,
이를 즐기며 함께 이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는 걸
이번 연주회의 성과를 통해 느끼게 되었답니다.

네, 이번 연주회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입니다.
좋은 연주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존 루터의 아름다운 화음을 알려드려야 했는데,
저 혼자만 이런 가르침을 얻게 되었군요.

다음에는 이런 마음을 화음에 싣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이런 가르침도 잊지 않도록 노력도 해야겠지요.
그러니, 다음을 기약합시다.
그게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이런 가르침의 후면에 제 능력이 슬슬 무르익어 갈 것이라고 의심치 않습니다.

혹시 이번 연주회에 실망하신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다음에 한번 더 보러오시지요.
그 때는 더 나아진 소리로 찾아가겠습니다.
물론 만족하신 분이 있으시다면 두말할 나위 없겠지요?

끝으로
이번 연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신
많은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앗숨 중창단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ps 이번 연주 때에는 정말이지 다른 파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곡마다의 후기를 적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수필 형식으로 작성하여 올립니다.
   혹시 이 레퍼토리들을 다른 곳에서 부르게 될 기회가 생기면,
   자세한 사항들을 한번 읊어보겠습니다.  

posted by john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