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머리가 너무 길어져서 머리를 하러갔다.
원래는 정리 정도만 하고 독서실로 다시 복귀할 생각이었는데,
비도 오고, 덥수룩한 반곱슬머리가 걸리적거리기도 해서,
며칠 전, 잡지에서 지나가듯이 봤던 언뜻 기억나는 그 스타일,
"옆과 뒤는 시원하게 반삭 정도로 쳐버리고,
윗머리는 살짝 띄우고 앞머리는 살짝 비대칭으로" 주문해서 잘랐다.
아. 자르고나니, 너무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미용사 역시 내 머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
(머릿결이 반곱슬이며, 중앙에 가르마가 있어, 도무지 스타일 잡기가 어려운 머리임.)
커트하는 데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내가 "조금 더 반짝거리게 하는 팁좀 없나요?란 주문에,
포마드까지 덧붙여 발라주는 센스까지, .
문제는 지금부터 였다.
이러고 독서실 들어가서 공부를 하자니, 부아가 치밀었다.
아니, 이 머리를 하고, 공부를 하란 말야란 생각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고,
(게다가 반곱슬인 탓에 비가 오면 머리가 펑펑해지기에, 비오는 날, 머리가 맘에 드는 날은 별로 오기 힘든 날이다.)
저녁까지는 꾹 참고, 누군가를 만나서 밥은 둘째치고 7시 경에 커피라도 잠깐 마시는 시간을 갖자하는 생각에,
아는 사람들에게 전부 연락을 가했건만, (그래봤자, 너댓이지.)
한결같이, "오늘은 약속이,... 미안." 이래드라,
그래. 알았다.
나 공부해야지, 공부나 해야지. 뭐,
그래서, 공부나 했다. 저녁도 안먹고 독서실에서 꿋꿋이 한발짝도 안나가고 했다.
역시 공부뿐이란 말야. 사랑해, 공부.
평생 같이 살자. 씨익.
ps 이 이야기를 같이 공부하는 형한테 이야기했더니 너 미쳤구나 하셨다.
그래서, 그런 것같다고 했다. 벚꽃과 생일이 아주 날 일상생활의 외곽선상에 바래다놓는 것 같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소주 한잔 할래?"란 이야기에 가멸차게. "괜찮아요. 지금 한창 잘 되는데요. 뭘."하고 뻥치고,
경제학을 오기로 봤다.
덕분에 MC-pricing, AC-pricing, 정액세, 종량세 그래프, 이젠 안보고도 슥삭슥삭 그려내게 되었다.
아유, 고마워라. 정말 멋진 생일선물인 것 같다.
2009. 4. 15. 23:09
일상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