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2. 10:26
일상의 대화
※이 글은 예전에 모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제가 결혼에 대해서 생각한 바를 적은 글입니다.
왠지 제 블로그에다가도 한번 올리고 싶어서 이렇게 올립니다.
최근에 자유게시판에 대해 "결혼"이 중요화두로 올라온 글이 있었는데,
제가 "결혼은 사회적 계약"에 가깝다고 댓글을 단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어떤 분들은 그 글에 대해 감정이 제반된 행위, 그리하여 감정 분출을 막는 그런 사회적 제약에
가깝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아서, 제 말 뜻이 오도되는 것 같아 한참 생각하다.
아예, 결혼이란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이도 이제 서른이고, 지금 만나는 사람은 없지만 결혼에 대하여 어느덧 의미를 부여하던 차라,
어릴 때와는 다르게 "사랑의 결산물"이라고만 보이지는 않더군요.
아니죠, 이렇게 쓰면 좀 다르군요. "감정의 결산물"이라고 해두는 게 좋겠어요.
먼저, 결혼을 "왜 하느냐?"에 촛점을 맞추어야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결혼을 하는 이유는 사실 연애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시에 행해야 할 필수과정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다 안정적으로 사랑을 하고 싶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더 큰 사랑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도 말씀하시더군요.
저도 그 말에 딱히 부정적인 의사를 표현하고 싶지는 않지만, 결국에는 더 큰 사랑을 만들기 위해,
법적 예속성을 이용, 서로 간의 관계를 확실히 규명짓는다는 점에서 안정성을 수반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안정성을 이유로 시행된 계약에 가깝다는 측면에서 볼 때,
결혼이라는 사회적 계약이 만료가 특별히 정해지지않은 속성 탓에,
신의성실의 원칙을 그 긴 시간동안 변하지않고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이와 같은 안정성을 충분히 지켜나갈 수 있는 사람과 (물론, 이의 가치는 개인마다 다릅니다.
누군가에겐 경제력, 누군가에겐 취향, 또 누군가에겐 진실성이 중요하게 작용하겠죠.)
하는 것이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이끌어내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감도 그렇고, 아무래도 족쇄에 불과하다는 것 같죠? :)
그럴지도 모릅니다. 뭐 맘에 안 들면 바꾸고, 다른 사람 만나고,
난 절대동안인지라 문제없어, 위로 밑으로 10년은 다 친구야 이래서,
"안정성? 난 언제나 대체할 수 있어!"란 사람이라면 이런 말들은
그다지 와닿지 않을런지도 모르죠.
글쎄,...그런 사람들한테까지 이런 말을 진실이라고 밀어붙일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걸 "왜" 하는지를 한번만 생각해보면, 그리고, 이를 행함으로써 얻게되는 것과,
잃게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면, 그런 분들이라 하더라도 상처는 좀 덜 주거나 덜 받을 수 있겠죠.
물론, 이는 연애가 아니라 결혼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법적 예속력은 결혼에서나 수반되는 사안이잖아요.
연애에서는 그런 속성이 발현되지는 않아 보다 자유롭겠지만,
글쎄...그런게 좋은지 사실은 잘 모르겠습니다.
여튼, 이런 과정 안에서 형성된 결혼이기에
결혼하시면, 인위적으로나마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수업인가요? 그 책 대목 중에 지은이가 아내와 같이 부부클리닉을 갔다가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서로의 강약점을 파악하고, (평가가 아닙니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내는 것."
너무 인위적인가요? 하지만 살다보면 알게되지 않나요?
행복이란 단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감정의 흐름만이 아니라는 걸.
우리가 인식하컨데, 시간이 흐르면 이게 더 큰 사랑을 하는 방법이구나하며 살아가게 될런지도 모르구요.
그 과정이 다소 끔찍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얘랑 왜 결혼했지?"를 자문하며,
다른 이성을 만나면서 "아, 얘랑 할껄"하며 후회하는 것보다는
위의 방법이 정신건강을 위해 더 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사람은 자신의 이기적인 면을 맞대면하면, 힘들어지니까요.
그 합리화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초라해지는게 일반적인 측면아닐가요?
"그 땐 어려서....몰라서..." 충분히 지겨운 변명들이나 나열하면서.
결혼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봤는데 너무 길군요.
전 앞으로 연애를 하게되면, 아마 일단 외형적인 거에 꽂힐 꺼고,
성격도 외형적인 거에 분명 묻혀서, 다 좋은 게 좋은 거가 되겠지만,
(전 그래서 임수정은 분명 천국에 오를 꺼라 생각해요.)
결혼에 있어서는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충분히 동조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실은 동조가 아니라, 아예 이런 생각이 박혀있는 사람이라면, "아 이사람이랑 결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생기게 되겠죠.
개인적으로 "감정의 결산물"로 결혼을 일종의 과정이라고 인식하게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은 신중해져야하지않을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랬다가는 "이젠 감정이 안 생겨, 미안" 이 아주 쉽게 그려질테니까요.
우린 그런 걸 피하고자, 그렇게 결혼이란 걸 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ps 분명 말씀드리지만, 이건 결혼 이 후의 이야기겠죠. 물론, 연애할 때도 이러면 안정성이 있겠지만,
안정성을 원하면서 연애하는 분이 그렇게 많지 않잖아요? 특히 요즘에는,..
연애에 이런 것까지 적용할 필요는....안정성을 원한다면야, 그럴지는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