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5. 21:47
일상의 대화
낙서가 간만에 나왔다.
어느 날 문득 문득 와닿는 그 찰나의 감정 혹은 기억들이, 내 마음으로 찾아들지만,
시간의 지남으로 차분해진 내 마음은 그것들로 인해 예전처럼 너저분하게 날 어지럽히지 않고,
그저 그 마음을 이렇게,
매직으로, 에너겔펜으로, 형광펜으로,
스터디룸의 작은 칠판에, 내가 좋아하는 습자지에,
강의 시간에 제공받은 참고자료, 판례모음집 뒷면에 주욱 주욱,
마음의 스크래치 따위는,
정면으로 바라보기에도 버겁던 그 때의 기억들은, 이젠 따라 그릴 수도 있다는 듯,
그 공간에 그렇게 따라 그려낸다.
그래서인지,
낙서의 순간, 순간은 무언가 와닿은 듯이 그저 한 획으로 주욱주욱 그려진다.
특별히 생각하는 것도 없고, 그저 이미지만 머릿속에 그렇게 그려져나간다.
훌륭하지도 않고, 기발하지도 않고, 남들 다 할 수 있는 이미지들뿐이지만,
그렇게 그려진 내 낙서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실연한 동생이 술많이 먹고 들어와, 흉하게 울고있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
안쓰러워하는 형제의 입장이랄까. 다가가 어깨나 툭툭 털어주고 싶어진다.
-B.G.M : 위로 / 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