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7. 22:09
일상의 대화
지난 일요일, 어머니와 커피를 마시다....
아들 : 엄마, 난 연애가 쉽지 않아.
난 이제껏 너다섯번은 사귀어봤는데, 한번도 크게 싸운 적이 없어.
근데, 결과적으로 여자들이 질려서 떠나드라. 여자들이 "이젠 그만하자"래.
그럼 어떻게 해? 배운대로, 매너있게 울며겨자먹기로 "그래, 이제 그만하자"이러는 거지.
나 그렇게 매력이 없나? 나 정말 식상한가? 내 연애에 문제가 있나?
엄마 : 그건 간단한 거야. 나도 네 장점을 잘 알고 있지.
넌 분명 매너있게 점잖게 굴었겠지.
상대 여자 마음을 맞추어주려고 자신을 접어버리고, 그저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말 안해도 다 눈에 보인다.
근데, 넌 하나 알아야 해, 대부분의 남자들은 연애 초기엔 다 너와 같지.
내 아들이라 그런게 아니라, 나 역시 네가 그 사람을 대하는 마음의 진심은 절대 의심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연애 초기의 남성들이 다 너와 같은 모습이란다.
넌 그게 참 오래 가는 편인데,....그게 장점이긴 한데,
장점이란 게 원래 일상화되면 눈에 안 보이게되기 마련이야.
그러니, 당연한 줄 알고, 결국 자신에게만 맞추어주는 네 연애방식에는 별 흥미를 못 느끼는 거지.
상대방이 네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위기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을텐데....
하지만, 네 성격 상 꾸며내는 모습도 쉽지 않겠지. 넌 너무 있는 그대로야.
아들 : 하지만, 전 제 강점을 버리고 싶지 않아요.
사람을 가치중립해서 바라보는 제 시선도, 마냥 상대방을 위해 비추는 제 모습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요.
난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 다 따라주고 싶어요.
그 어떠한 조건없이 그저 받아들이고 싶어요. "처음이라 그러겠지" 생각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그럴 수 있는 사람이란 것도, 또 그걸 통해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란 것도,.
보이고 싶어요. 잘 못된 건 아니잖아요? 뭘 밀고 당기고 하나요?
선천적으로 그런 거 정말 안 맞아요. 연애 잘 하려면, 밀고 당기기 잘 해야한다는 거 너무나도
많이 들었지만, 사랑하는 사람 하고 싶은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뭐 잘 못되었나요?
좀 지루하고 식상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해서 내가 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가치절하된다는 건
좀 그러네요.
엄마 : 잘 못된 건 없어, 언젠가 아들도 그에 걸맞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 꺼야.
그런 널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어딘가 있겠지. 넌 정말 그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것 같은데....
내 생각엔 너에겐 너를 리드해줄 그런 여자가 필요한 것 같아.
니가 어줍잖은 생각으로 마초적인 의식으로 리드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다면 말이야.
그리고 엄마 생각으로는 그런 상대방이 아무 조건없이 자신을 그냥 그렇게 받아줄 너같은 사람을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겠구나.
사실, 대부분의 많은 여자들이 아무 조건없이 자기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기다리지. 하지만, 타인에게 받은 상처들이 있어 네 진심을 의심하는 거야.
하지만, 아들아,
난 네가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네 사랑은 어리고 아둔하지만,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는 마음만큼은 거짓이 아니란 걸 알아.
누구나 다 너와 같이 행동하지만, 네 진심까지도 카피할 수는 없어.
용기를 가지렴,
단지, 사랑이라는 건 순차라는 게 있다는 걸 기억해주었음 좋겠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 아무리 뜨거운 사랑을 나누더라도, 그 머리가 마음을 따라잡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꺼다. 진심이야 의심할 가치 없겠지만, 그런 마냥 뜨겁기만 한 진심을 누가 받아들이겠니?
뜨겁게 달구어진 프라이팬을 잡으려면, 장갑이 필요하듯. 그런 마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다른 그 무언가가 필요한 법이야.
만약, 상대방이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네 마음이 마냥 뜨거워 결국 자신을 상처입힐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을 위해 아름다운 포장지를 준비하면 어떨까?
진심 자체만으로 발광하지 않는냐고 우긴다면, 할말은 없다만,
왜 선물에 포장을 하겠니? 그것도 다 마음이고, 진심이란다.
포장지는 포장지 나름의 가치가 있어. 예민한 여자의 감성을 우습게 보지마라.
그네들은 아주 사소한 점에도 흔들리는 사람들이니까.
사랑한다면, 그 정도 노력은 해야지. 안 그래?
지금 이렇게 말하는 걸 들어보니 넌 헤어진 사람이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눈치같구나.
아쉬움때문에 눈시울까지 슬며시 축축해진 내 모습을 보니, 괜시리 안쓰럽다.
모르지, 인연이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 그 사람이 네 인연일 수도 있겠지.
그래. 아들아, 행복하렴, 엄마가 바라는 건, 오직 네가 행복하길 바라는 것뿐이야.
네 모습은 지금도, 많이 어리고, 세상살이에 많이 둔탁해보이지만,
그래도, 상대를 어떠한 편견없이 바라보고, 진심을 가지고 장난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순수란 건 요즘같은 세상에서 독이 될 수도 있다지만, 사랑은 그렇게 해야해.
하루 한 순간, 뜨겁게 사랑하렴. 아무 것도 남지 않더라도, 후회없이.
진심으로, 오직 진심이 있을 때에만 그런 사랑이 가능하지.
그런 마음이 네 짝과 너를 하나로 엮어줄꺼야.
그에 대한 믿음을 절대 저버리지 말렴.
그저 당부하고 싶은 말은, 상대방은 너와 다르게 그 진심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러니, 너의 진심이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도록,
네가 그 동안 지켜왔던 모습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도록 가꾸어내렴.
당신을 위해 그렇게 공들여 온 모습이라는 걸 알 수 있게.
엄마는 네가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결혼이라던가 그런 거 이제 그만 신경쓰고 그저 누군가를 만나, 행복감을 누리렴.
아무래도 좋다, 내 아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엄마도 마냥 좋을 것 같아.
아들, 힘내. 네 마음은 지금도 반짝반짝 빛나.
언젠가 그 빛줄기를 따라 네 인연이 네게 다가올꺼야.
그저 네가 할 일이라곤, 지금의 네 마음을 보다 반질반질하게 광을 내는 것뿐이야.
또, 달빛은 달무리가 있어 오히려 운치가 있지.
네 흐려진 마음을 너무 걷어내려고만 하지도 말고, 그저 그대로 받아들이렴.
솔직히 네 사랑은 영리하지 않아.
하지만,그런 모습이 난 밉지가 않다.
오히려 너와 같은 사람들이 너무나 줄어들어버린 것같아,
더 정겹지않은 이 곳에 너와 같은 모습을 더 많이 보았으면 좋겠어.
사랑은 그렇게 하는 거야. 진심으로.
보내는 마음, 나도 해봐서 알지만, 정말 견뎌내기 쉽지 않지.
가끔 사랑이라는 건 그 어떤 미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많은 노래와 글들이 사랑의 달콤함과 쓴맛, 그런 극단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전부 다 순간들이란다. 추억을 만들어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지.
엄마는 그냥 사랑이라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꽃같이 그저 화사한 것 같아.
피어나는 모습도, 시들어버리는 그 모습까지도 화사하지.
사랑에는 여러가지 단면이 있으니, 네가 벌써부터, 사랑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모습이 네겐 그저 초라해보일 지도 모르지만, 난 지난 그 시간동안 행복했다.
지날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나니 그 괴롭고 외로웠던 순간들도 다 행복한 나날들이었던 것 같다.
다시 사랑하고 싶지? 그렇게 될 꺼야.
넌 그럴 자격 충분하고, 네 마음을 받아줄 사람은 있을 꺼란다.
넌 그저, 그녀들이 의심치않도록, 네 마음을 예쁜 포장지에 둘러싸렴.
화려하지 않아도 좋고, 좀 흐트러져도 좋아.
구색을 맞춘다는 말, 기억하지? 그렇게 공을 들여온 마음이란 걸,
당신을 위해 피워온 마음이란 걸, 그렇게 보여주렴.
우리 아들은 날 닮아서 창의적인 사람이란 걸 알지.
넌 아마 그렇게 자신의 맘을 너만의 방법으로 꽃피워낼 수 있을 꺼야. 그렇게 하렴.
근데, 요즘 마끼아또를 자주 마시네? 아침 안 먹고 나왔는데 배고프지 않아?
우리 아들, 폼 잡는다고 수고하는구나.^ ^ 그러지말고, 여기 샌드위치 좀 먹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