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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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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벽 5시 반, 페달을 밟긴 했지만, 오히려 마음이 더 앞서 내달린 라이딩이었습니다.
그냥 빨리 땅끝마을에 도착하고 싶었습니다. 관광이라던가 먹거리들이, 내게 와닿지않던
이유는 사실 다른 것이 아니라, 제 마음 탓이었을 겁니다.
그냥 땅끝마을에 도착하면 적어도 작은 깨달음이라도 발견할 수 있겠지 생각하며,
길을 선회하여 23번 국도를 향해 페달을 밟았습니다.
금일의 목표는, 그저 땅끝마을이었습니다.
남들은 24시간만에 간다는 그 길을, 나도 갈 수 있겠거니 생각하며 페달을 밟았습니다.
고창도 금방이고, 어느 새 영광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착한 영광의 어느 오르막길에서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곤함으로 인해 멈추어섰습니다.
어느 버스 정류장 앞에 자전거를 주차하고, 잠시 누웠습니다.
누워서 마음을 정리합니다. 피곤함으로 한풀 기가 꺾인 혼란스러움은 마음을 가다듬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수면은 이루어지질 않습니다.
우연히 제가 있는 언덕을 오르는  자전거 무리들을 만납니다.
영광 내 자전거 클럽분들이신 모양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보고 손을 흔들어 인사합니다.
그리고나서, 누웠다가 일어나 멍하니, 주시하고 있는데, 그 분들이 다시 돌아오시더군요.
"아니, 아직까지 그러고 있으면 어떡해? ㅎㅎ"
그 말에 미소로 답하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2시간 정도가 지났더군요.
네 맞습니다. 이러고만 있으면 안 돼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언덕을 오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함평의 나비축제가 끝나고 얼마되지 않았더군요, 국도 길가에 이런 조형물들이 많이 놓여져 있더이다. 하지만, 전 이걸 보고 생각나는 게 있어 마음이 좀 그랬었죠.


언덕이라 하니 드릴 말씀이 있는데, 이번 여행을 하면서, 길이 국도라 워낙 순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심한 언덕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서울-천안까지는 신호등도 많고,
시내를 관통하는 길이 많아, 시간이 좀 소모되서 그렇지 심한 언덕이라고 볼 건 없는 것같습니다.
천안 - 영안까지의 도로는 어디서 들은 것처럼, 정말 중급자라면 평속 30km라도 밟을 정도로,
무척 순하더군요, 언덕도 그리 많지 않고, 다닐만했습니다. 근데, 확증하기엔 조금 어려운 게,
자전거 여행을 계속하다보니, 언덕에 대한 감도 별로 없고, 올라도 그런가보네,이런 인식으로 여행했기에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하지만, 차후에 말씀드릴 월출산을 지나가는 언덕과 해남에서 땅끝마을로 이동하는 도로는 분명
무리로 작용할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언덕이죠.
맘 한번 다지시면, 올라가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지나가던 도중,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습니다.
식당은 백반 전문집이었는데, 주변에서 공사를 하던 이분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이었던
모양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번 여행에서 그나마 가장 전라도스러운 백반이었다고 기억합니다.
확실히 현지민을 상대로 하는 밥집인지라, 제 기대에 부흥했다고 생각합니다.
몸이 노곤했지만, 식사를 마치고, 물을 물병에다 담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오후 11시에 도착하는 한이 있더라도 "땅끝마을"에 도착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안근처에서 또 다시 멈추어서게 됩니다.
내리쬐는 땡볕에 오른쪽 손목이 시끈하게 느껴집니다.
아뿔싸, 안 타려고 긴팔까지 준비했지만, 라이딩의 폼상, 소매가 위로 걷어진 것을
잊었던 것입니다. 시끈했지만, 어쩔 수 없이 갈길을 재촉합니다.
하지만, 피곤한 몸은 휴식을 원할 뿐입니다.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 중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해본 적이 없음을 떠 올립니다.
어쩌면 그 동안의 여행의 피로가 몸에 깃들어버린 것일까요?
이 해답은 해남 도착 후 알게 됩니다.
그러나,좀처럼 나갈 수 없는 이 여행 앞에, 깊숙히 자리잡은 어지러운 마음은,
내게 잠깐의 휴식 이후, 다시 나아가야함을 일깨워줍니다.
다시 페달을 밟습니다. 어느 새 강진, 해남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고,
해남에 어느 정도 다가왔다 생각하던 순간, 들린 휴게소에서
해남과 땅끝마을은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듣게됩니다.
전 해남 = 땅끝마을이라고 생각했는데, 승용차로 40-50분 거리가 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든 적어도 해남까지는 가자, 거기가서 생각하자.라고 마음먹고,
김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페달을 밟습니다.
그 때 시각이 5시반 정도....앞으로 해가 지려면 2시간 반 정도 남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서둘러서 페달을 밟습니다. 몸의 노곤함은 지금 이렇게 언급하기도 지루할 정도였지만,
그 당시의 제겐 "해남까지 가자"는 목표의식 외에 다른 생각은 없더군요.
게다가 정신 하나만큼은 또렷했기에, 혼란스러움이 가중되기 전에
페달을 더 밟아야했습니다. 그런 제게 월출산을 올라가는 그 도로는 제게 기운을 내게하는 좋은
루트였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힘들게 올랐지만, 한번도 쉼없이 올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저는 제 체력이 꽤 약한지 알고, "끌바"(자전거를 타지않고 끌어 올라가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하자 생각했는데, 이번 여행 중 단 한번도 끌바를 하지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대단합니다. 이번 여행을 대비해서 특별히 훈련한 것도 없었는데요.
한강변도로의 "서울-암사"를 한번 밖에 왕복한 것뿐인데,...여튼 지금 생각하면 놀라운 일입니다.
012

그렇게 그 오르막을 오르고 나니,
주욱 뻗어져있는 내리막길은 그동안 올라온 오르막길의 고행을 씻어버리기엔 충분햇습니다.
그 이후에 있던 언덕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어렵지않았구요. 다닐만합니다.
그러나 오후 8시가 지나자, 찾아온 어둠은 사고의 위험성을 잔뜩 내재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적어도 해남까지는 가야했기에 후미등만 켠채, 길을 재촉했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버스들과 자동차들은 이미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기에, 겁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네들이 혹시나 나를 보지 못하고 갓길 쪽으로 지날까하는 생각에 서둘러 해남으로 향했습니다. 해남읍내에 도착하니 어느새, 오후 8시 30분 정도? 편의점에 도착하여 휴대폰을 충전하고,
역시 밥먹을 곳을 알아봅니다. 전라도를 여행하면서 느끼는 건데, 정말 전주민이 가이드화 되어 있는 것같습니다. 참고로 휴대폰 충전하는 곳을 찾질 못해서, 편의점을 4군데 정도 찾아야했는데,
그곳에서 물어보니, 어느 정도 다 이야기해주시더군요.
특히나, 부안에서 경험해 본대로 타지 사람이 선호하는 음식점과 현지 사람이 선호하는 음식점을 나누어 설명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몸이 너무 피곤하여 그저 가까운 한식집
"아지매 식당"에 들어가서 갈비탕을 시식하고, (그래도, 반찬은 전라도입니다. 무슨 5000원짜리 갈비탕에 반찬이 그렇게 많이 나온답니까?) 가까운 찜질방에 자전거를 주차했습니다.
꽤 많은 시간을 주행해서 속도계를 들여다봅니다.
부안에서 출발할 때에는 누적거리가 270km였는데, 도착하고 들여다보니 440km였습니다.
하루동안 170km를 달린 셈입니다. 여행 시에는 100km 이하가 적당하다고 들었는데,
마냥 페달을 밟다보니 이만큼 달리게 되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자전거를 오래 타지도 않았고, 그다지 즐기지도 못해,
이번 여행에 있어 무리해서 퍼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을 보니, 나도 체력은 대한민국 남성 평균 이상만큼은 되겠구나하며
약간 으쓱했습니다. 후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많은 분들이
평균 이상이 아니라 괴물 수준이라며 놀라워하시더군요. 더욱 으쓱했으나,
저보다 더 대단한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고개를 수그리게 됩니다.
만약 , 그런식이라면, 자여사는 괴수대동산인건지....당일치기로 자전거를 타고 대전까지 내려가서 목욕하고 올라오시겠다는 분도 있는 곳인데....

오늘의 피곤은 감내하기도 어려웠지만,
마음이 내달린 만큼, 그만큼 , 지쳐버린 것인지,
수면실에 가서 눕자 잠이 절로 왔습니다.

 
posted by john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