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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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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하던 도중, 휴대용 펌프를 구입했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자주 가는 샾은 제가 자전거에 대해 초짜라고 생각했는지,
항상 매니아들이 사용하는 듯한 비싼 용품만 건네줍니다.
이런 때, 인터넷을 통해, 보통 가격이 어떠한지에 대한 감이 있던 게 다행이라고
항상 생각합니다.

고속버스를 타고 도착한 공주,(공주는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이 붙어 있습니다.) 그곳에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찾아낸 맛집, 짬뽕으로 유명하다던 "동해원"에서 짬뽕으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공주의 유명한 맛집이라고, 리뷰도 많고 해서 기대도 살짝 했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서울 시내에서 먹을 수 있는 짬뽕보다 약간 나은 수준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모두 다 같을 순 없겠지만, 서울 시내에서 먹는 짬뽕들은 이것에 비해 좀 더 느끼한데, 이것은 살짝 담백하고 매운 정도? 그 이상 외에는 점수를 더 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충남의 음식 지방색을 파악할 수 없었던 걸까요?  그나마 찾아보았던 맛집이었건만,
회사 주변에 있다면 식사하러 자주 갔을 음식점 정도 밖에 느끼지 못했습니다.
서빙을 보시던 남자 분이 "인터넷에 소문이 잘 나기도 했지만, 안티도 상당하드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그 꼴이군요. ^ ^ 하지만, 음식 하나만으로 요식업체를 전부 평가할 수는 없지요.
개인주택의 대청마루에서 먹는 짬뽕과 친절한 서버만큼은, 정말이지 여기 밖에 느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모 블로그에서 감상했던, 혼자 상차려 먹던 그 곳에서 기회좋게 식사할 수 있었는데, 아주 느낌이....색달랐습니다. 부디 혼자 가시는 분이시라면 경험해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자전거를 이끌고 서둘러 논산으로 향했습니다.
그 날의 목표는 부안까지 가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부안으로 들어가서 변산반도 부근으로 이동한 뒤, 지겨운 1번 도로와 안녕하고, 서해안도로로 바닷가를 보며 달리고 싶어졌거든요.
가는 도중, 부안과 고창을 함께 알리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이규영 지휘자님께 전화를 하여, 물어봅니다.
"부안과 고창의 유명한 먹거리가 무엇인가요?"
"부안은 백합, 고창은 복분자와 풍천 장어."
"에이, 백합이요? 에이..별루다."
"아냐, 지금 백합이 제철인데? 얘는 뭘 모르면서?"
"아, 그래요? 그 말씀들으니 좀 당기긴 하는데...아무래도 체력에 보다 도움이 되는 걸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좀 드는데요. 거리를 잘 몰라서, 다짐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면 고창가서 장어랑 복분자를 먹어야 겠어요. ^^"
그러나, 변산반도로 들어가는 길 부근에서, 이미 시간은 많이 지나, 한창 어두워진 상태에서,
라이딩을 한다는 것은, (게다가, 전조등이 망가져버린....) 무리였기에 부안으로 이동하였다.
부안에 들어서서, 가장 가까운 찜질방의 위치를 확인한 뒤,
시장 근처에서 어느 어르신을 붙잡고,
정말 여행자 티나게, 마치 전라도민이라면 다 미식가라도 되는 양,
"여기 백합요리 잘 하는 데가 어딘가요?"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어르신은 순간 당황하신 기색으로,
"백합 요리? 그걸 요리라고 뭐 할 게 있나? 변산항으로 가면, 거기 시장 근처에 백합죽을 잘 하는 데가 있긴 있는데,..사람들이 거기가 잘 한다고 그러대?(외가가 전라도쪽임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어감을 살리지 못하겠군요. 알아서 어감을 살려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가르쳐주신 변산항 쪽으로 향해 페달을 밟았지만, 왠지 보이지않는 해안가 탓에 잘 못 온건 아닌가하는 생각에, 어느 초등학교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헤메이는 와중에, 맞은 편, 주택 옥상에서 삼겹살을 구우며 식사를 하고 있는 가정을 발견합니다. 무척 배고프긴 했지만, 그 모습들이 왠지 정겨워 보여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파트에서만 살다보니, 그리고, 가족들이랑 그렇게 한데 모여 고기를 구우며 지낸 경험이 없는 탓에, 더욱 더 정겹게 느껴집니다. 그 때, 마침, 초등학교에서 유모차를 끌고 있던 성인남성과 아이 한명이 나옵니다. 잠깐 산책을 하고 집으로 가는 그 모습에, 자연스레 다가가 소개를 하고, 백합죽 잘하는 집의 행방을 물어봅니다.
"이 주변에 개화식당이라고 백합죽하는 식당이 있긴 하는데, 유명하다고 하던데, 여기 사는 사람은 잘 안갑니다.여기서 더 가면, XX(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ㅎ"모라고 하신것 같은데요.)라고 있는데 현지 사는 사람은 거길 자주 가죠."
" 아, 그래요? 그럼, 거긴 여기서 거리가 어느 정도 될까요?"
" 자전거로 40분 정도?"
맙소사, 조금 더 일찍 왔다면 가능했을텐데, 전라도의 지방색이 묻어나오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각에 백합죽으로 나름 유명하다던 개화식당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가는 길 도중, 길이 맞는 지, 현지인에게 다시 여쭈어보자, 길이 맞다하시며,
"근데, 백합죽은 XX가 더 나은데. 지금 가기엔 너무 멀지.."라고 하시더군요.
그 XX는 정말 부안군민한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백합죽 음식점인가 봅니다.
혹시 부안가시는 분들은 무리하시더라도 한번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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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착한 개화식당입니다.
식당에 도착하자, 나오는 반찬들은 확실히 이곳이 전라도임을 보여줍니다.
그저, 백합죽 하나 시켰을 뿐인데, 반찬이 꽤 나오더군요.
김치가 3종이 나왔는데, 그 김치들이 정말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백합죽 자체의 맛은 전라도 특유의 지방색이 상당히 걷어내어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외할머니를 통해 유년시절부터 전라도 음식의 향색을 많이 경험해보았는데,
제가 못 느꼈다기 보다는, 그런 맛들을 인위적으로 절제시킨 듯합니다.
아무래도, 읍내와 가까운, 타지방에서 온 사람들을 위해 있는 음식점이니,
지방향색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보다 그들의 시각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겠지요. 게다가 TV에서도 그렇게 많이 촬영을 해 갔으니,
어긋나지않는 입맛을 창조하는 게 그들의 경영방침이겠지만,
첫 전라도 식당이라 그랬는지, 기대했던 바가 컸는지, 약간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반찬 하나만큼은 이곳이 전라도임을 드러내주더군요.
식사 하나만큼은 맛있게 했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주인아주머니에게서 추천받은 "건강나라"라는 찜질방을 찾아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땅거미는 져서, 가로등 몇개 안되는 도로에서의 운행은 방향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운행하던 도중, 어느 아주머니를 뵙습니다.
"아주머니, 건강나라라는 찜질방 아세요? 어디로 가야하나요?"
"마침 잘 됐네. 나도 그 쪽으로 가던 도중이었는데, 날 따라와요."
자전거에서 내려서 아주머니와 함께 걷습니다.
"총각은 자전거타고 여행하는 거야? 혼자? 서울에서? 대단하네~!"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은 간만에 만난, 대화상대자로 인해 신명이 났습니다.
어젯밤, 병원 장례식장에 갔다가 안개 탓에 차를 가지고  오질 못하셨다며,
그 찜질방이 병원 뒤에 있어 안내해주시겠다던 고마운 분이셨습니다.
궁금해서, 맛집을 물어보니, 한정식 관련해서 말씀해주십니다.
"남도식당이 제일 괜찮긴 한데...정자마을도 괜찮은데, 읍내에서는 상록수갈비가 가장 괜찮은 것같아." 그렇지만, 여행의 일정 상, 접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찜질방까지 안내를 받고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린 후, 자전거를 주차하고, 여장을 풀었습니다.
주말이고, 축구도 하는 날이며, 부안에서 가장 최근에 세워진 찜질방이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너무 없었습니다. 잠을 이루기엔 최적이겠구나, 그 동안 이루지못한 수면을 오늘에서야 이룰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많은 생각들은 저의 수면을 방해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가족들은 저에게 정말 시련이었습니다.
방음이 안되고, 문마저 제대로 안 닫히며, 게다가 문닫는 소리마저 커다란 그 수면실은 제 마음에 화를 가득 머물게 하더군요. 자기 위해 1인용 원적외선 토굴로 이동하여 누워도, 제가 누워있는 그안을 마치 구경이라도 난 양, 여럿이서 그 안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화를 낼 수도 없고,
난감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시계를 본 것이 오전 1시 반이었는데, 깨어나서 시계를 보니, 오전 3시 반이었습니다. 원래, 이렇게 예민한 사람은 아닌데, 사실, 그날밤에 개인적으로 저를 흔든 일이 있었습니다. 글쎄, 사실 살다보면 여러가지 일이 있기 마련인데,...좀 컸죠.
그 당시에 제가 느끼기에는 좀 커서, 감내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날 밤은 정말 마음으로 심하게 내달렸습니다.
"왜 난 항상 이런 몫을 차지해야 하는 거냐"며 신께 따지기까지 했을 정도로,...
잠은 오지않고, 점점 또렷해지기에, 밑에 내려가 간단히 몸을 씻고서,
다시 자전거에 몸을 실었습니다. 밖은 꽤 쌀쌀했지만, 페달을 밟아 이 생각들을
희석시키거나 지워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새벽 5시 반에 그렇게 다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posted by johnjung